치킨게임이란
치킨 게임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개념이다.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게임 상황 중 한 가지로, 얻을 것은 없지만 양쪽 다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을 일컫는다. 사자성어 중에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이라 내릴 수 없다는 뜻의 ‘기호지세’라는 단어가 있는데, 필자는 치킨게임이라는 용어를 볼 때마다 이 기호지세가 생각이 난다. 호랑이 등에 이미 올라 타버렸으니 내리자니 위험하고 끝까지 매달려서 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치킨게임에서 치킨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구적 속어로 ‘겁쟁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단어의 유래는 1950년대 미국에서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던 놀이에서 비롯되었다. 직선 코스의 양쪽에서 두 청년이 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것이다. 먼저 차를 틀거나, 멈추게 되면 겁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재밌는 사실은 그 외에는 이 게임에는 걸린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진다고 해서 큰 재산을 잃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이긴다고 해서 엄청난 상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일종의 남자다움을 확인하는 놀이였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대체 이런 것을 왜 하는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서로가 각자 목숨을 걸고 레이스를 해서 얻는 것은 상대보다 용기가 있다는 알량한 승리감, 반면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불구가 되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치킨게임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대부분 서로가 승리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을 통해 회피하거나 합의한다.
그러나 치킨게임은 아직도 종종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게임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형태는 보통 자존심 따위를 걸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이권을 걸고 일어난다.
치킨게임에 전략이 있을까?
게임이론에서 서로 이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최적점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내쉬균형이라 한다. 치킨게임 상황에서는 내쉬 균형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나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는 돌진 혹은 회피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내쉬 균형 역시 두 개가 존재하게 된다.
상대방이 돌진할 경우, 나는 회피를 택해서 죽음 대신 승부를 포기하는 선택을 해서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상대방이 회피할 때 나는 돌진을 택해서 승리와 목숨 모두를 가져가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상대가 회피하고 내가 돌진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이득이 크다. 따라서 많은 경우에, 어떤 상황을 현실화하느냐에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앞서 말했듯 압도적으로 이득이 큰 쪽은 나의 돌진에 대해서 상대방이 회피하는 쪽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치킨게임에서는 평소에 몰던 차 대신 덤프트럭을 가져온다든지, 브레이크를 끊어버리고 이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자신은 절대로 이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과시해서 나의 돌진에 대해 상대가 회피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많이 쓰였다. 따라서, 치킨게임에서의 의사결정에는 자신이 먼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치킨게임
양쪽 모두 크나큰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치킨게임은 앞서 말했듯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는 종종 나타나곤 하는데 예를 들어 가장 보편적인 상황은 자연재해나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여 공급의 과잉이 일어난 상태이다. 매년 장마나 홍수 등으로 인해, 특정 농작물이나 어류의 공급량이 많이 증가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할 때가 있다. 이때 판매 시기를 완전히 놓쳐버리면 모든 생산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할 때, 얼마를 손해 보든지 판매자들끼리 서로 출혈 경쟁을 벌이며 물건을 처분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 대표적인 치킨게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일은 비단 신선식품과 같은 판매 시기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점유율이 매우 중요한 산업들의 경우 종종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는데, 경쟁사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판매가격을 대폭 낮춘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라는 가정하에 더욱 싼 가격의 제품을 찾을 것이고, 경쟁사 역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가격을 낮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가격은 원가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치킨게임을 통해 양쪽 모두의 파멸이 일어나기 전에 서로 간의 원활한 조율 등을 통하여 한발씩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사업의 명운을 좌우할 만한 분기점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을 통해 한쪽의 독식과 다른 쪽의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반도체, 해운업, 메모리 시장 등에서 일어났던 치킨 게임의 사례들이다.
치킨게임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치킨게임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치킨게임의 해결 방법을 굳이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환경이나 개인 간의 중요한 상황에서 ‘양보’를 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 간의 명운을 걸고 싸워야만 하는 게임 상황에서 상대방을 위해 티끌만 한 양보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물며 현대사회처럼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이 상호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작은 양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치킨게임은 상대적으로 많은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 상황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치킨게임으로 상대방을 제거했다 하더라도, 곧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효용성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시장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경쟁자들이 진입하여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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